한인 노부부 모빌홈 퇴거 위기…공사 장비 마당에 두었다고…
저소득층 한인 시니어 부부가 언어 장벽 등의 문제로 억울하게 퇴거 위기에 직면했다. 심지어 모빌홈 단지 소유 업체는 이들에게 1만 달러가 넘는 변호사 비용을 청구했고, 시정부와 지역 언론까지 나설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은 오렌지카운티 지역 시니어 전용 단지인 랜초풀러턴 모빌홈파크에서 발생했다. 텍사스주에서 살던 사무엘 김(78), 김화평(75)씨 부부는 지난 2022년 5월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김씨 부부는 월 950달러의 부지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12만 달러에 모빌홈을 샀다. 이들은 모빌홈 이주 직후 밀폐형 현관 확장 공사를 위해 지난해 6월 모빌홈 규정을 감독하는 가주 주택지역개발국으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았다. 공사 만료 기한은 2022년 12월 6일이었다. 남편인 사무엘 김씨는 “집을 고치는 기술이 있는 데다 월 1900달러의 소셜 연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내가 직접 공사를 진행했다”며 “주정부 규정에 따라 공사를 정확히 진행하고 있었고 허가 기한도 지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사 장비 일부를 마당에 둔 것이 화근이 됐다. 모빌홈 단지 소유주는 변호사를 통해 김씨 부부에게 공사 장비를 치우라는 통지서를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남편 김씨는 공사 진행 중 엄지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상처를 입었다. 의사는 김씨에게 6개월간 일을 할 수 없다는 장애 진단 판정을 내렸고, 주택지역개발국 역시 진단서 내용에 따라 공사 만료 기한을 2023년 6월로 연장했다. 김씨는 “물론 공사 기한을 연장하면서 매니지먼트측 요청에 따라 공사 장비도 깨끗하게 정리했다”며 “그런데 단지 소유주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변호사를 고용해 현관에 있는 빗자루, 화분까지 트집을 잡아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냈다”고 전했다. 영어로 말하는 게 불편한데도 모빌홈 단지 매니저를 찾아가 시정 사항을 이미 준수했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웃의 도움으로 영문 통지서 등을 해석하던 김씨 부부는 법원의 퇴거 소송 편지(4월 12일)를 받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싸움을 스스로 시작해야 했다. 변호사까지 고용해 싸울 정도로 금전적 여유는 없었다. 그동안 모아둔 편지, 서류, 병원 진단서 등을 시간대별로 일일이 정리했고, 공사 진행 과정과 장비를 치운 사진도 모두 증거로 모아 퇴거 소송 심리일(6월 15일)에 샌타애나 법원으로 향했다. 일반 민사 사건이라 20분 남짓한 심리임에도 전문적인 변호사와 일반인은 싸움이 될 수 없었다. 한국어 법정 통역을 이용했지만, 판사는 김씨의 증거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측은 변호 비용으로 김씨에게 1만2000달러까지 청구했다. 김씨는 억울했다. 풀러턴 시의회까지 찾아갔다. 시민 공청회(6월 20일)에서 그간의 사연을 한국어로 설명하자 듣고 있던 시민들이 나섰다. 한 한인 방청객이 통역을 자처해 도와줬다. 김씨는 “결국 풀러턴 프레드 정 시장이 사연을 듣고 집까지 찾아와 내가 정리한 서류들을 모두 살펴보기까지 했다”며 “정 시장이 이후 상대측에 중재까지 시도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탄했다. 김씨의 사연이 시의회에까지 알려지자 풀러턴 지역 신문인 ‘풀러턴옵저버’도 이 문제를 보도했다. 이 매체의 사스키아 케네티 기자는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언어 장벽으로 인해 저소득층 소수계 노인이 겪는 어려움과 이들에 대한 갑질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무엇보다 한인 사회가 김씨 부부 사연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현재 사비를 털어 변호사를 고용, 김씨를 돕고 있다. 이로 인해 항소심을 요청했고 퇴거 절차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김씨는 “이곳에는 200여 가구 중 약 60가구가 한인 시니어”라며 “영어가 불편한 다른 한인도 얼마든지 억울한 피해를 볼 수 있는데 변호사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상황이라서 무료 변론이라도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지 확인 결과 랜초풀러턴 모빌홈파크는 지난 2021년에도 부당 퇴거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던 입주자는 김씨가 사는 모빌홈의 전 주인(캐시 보로비츠)이다. 이와 관련 모빌홈 단지 안드레아 웨스트 매니저는 지난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씨 부부의) 소송과 관련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매니지먼트측은 김씨의 임대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항소심 날짜는 미정이다. 만약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김씨 부부는 모든 걸 두고 쫓겨나게 된다. 글·사진=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퇴거 위기 한인 노인 시니어 부부 퇴거 위기